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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EQ 보다 사회지능이 더 중요한 시대

꿈이 필요한 세상 2008. 12. 9. 19:05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일단 ‘사회지능(Social Intelligence)'을 키워야 한다. 사회지능은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파악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능력을 말한다.

뇌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리더와 팀원 간의 관계는 두 개의 뇌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융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한 리더는 이 같은 뇌의 상호 작용 시스템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효과적인 리더십은 상황을 지배하기보다는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 내는 긍정적 감정을 조성하는 데 관심을 갖고 그 능력을 키우는 데서 나온다.

오전 팀장 회의를 마치고 나온 A부장의 표정이 좋지 않다. 잠시 후 B차장에게 불호령이 떨어진다. 옆에 앉은 C과장의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갑작스레 많아졌기 때문이다. D대리는 금세 머릿속이 뿌옇게 됐다. 결재 서류를 작성하던 사원 E씨는 컴퓨터 자판을 치다 자꾸 오타가 난다.


이제 ‘사회지능'이 더 중요하다

위의 사례는 여느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리더의 행동 하나가 조직 전체의 사기를 올릴 수도 있고, 땅에 떨어뜨릴 수도 있다. 늘 표정 없이 우울한 리더는 사무실 전체를 우울한 모드로 가라앉게 하며 자제심이 강하고 냉철한 리더는 사무실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든다.

리더가 자주 웃고,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들면 팀원들 또한 웃게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팀은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더 좋은 성과를 낸다.

반대로 리더가 화를 내고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팀원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아드레날린(흥분과 자극에 의해 분비되는 자극 전달 호르몬)과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사고력과 인지 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부정적인 감정이 그룹 전체로 퍼지고 이는 팀원들의 행동을 억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은 1998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과 리더십'에 관한 첫 번째 글을 썼다. 이때 “IQ(지능지수)보다 EQ(감성지수)가 중요하다”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랬던 골먼은 몇 년 전부터 ‘사회지능(Social Intelligence)'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사회지능이란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파악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능력을 말한다. 다니엘 골먼과 리처드 보이애치스 교수(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학 조직행동·심리·인지과학학과)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9월호에 공동으로 게재한 ‘사회지능과 리더십' 연구 결과는 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리더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지능을 강화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의 사회지능은 조직 내 큰 차이를 만든다

사회지능은 왜 중요할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소개한 미국 보스턴의 한 대학 부속병원 사례는 리더의 사회지능이 조직에 있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보여 준다.

이 병원에는 버크와 훔볼트라는 두 명의 의사가 CEO 물망에 올랐다. 둘 다 유능한 의사였고, 연구 실적도 뛰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판이했다. 버크는 여유가 없고 업무지향적이었으며, 사교적이지 못했다. 또한 완벽주의적인 성격에 호전적인 태도로 부하들을 궁지에 몰아넣곤 했다.

이에 비해 훔볼트는 까다롭지 않고, 스태프·동료·환자를 대할 때도 격식을 따지지 않고 쾌활했다. 훔볼트가 이끄는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웃고 서로 스스럼없이 지냈으며,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했다. 서비스는 물론 실적도 좋아졌다.

반면 버크의 부서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들이 하나 둘씩 병원을 그만두는 경우가 생겼다. 누가 CEO에 올랐을까? 병원은 사회지능을 잘 발휘한 훔볼트의 리더십을 인정해 그를 CEO로 내정했다.

뇌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리더와 부하 간의 관계는 두 개의 뇌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융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한 리더는 이 같은 뇌의 상호 작용 시스템을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효과적인 리더십은 상황을 지배하기보다는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 내는 긍정적 감정을 조성하는 데 관심을 갖고 그 능력을 키우는 데에서 나온다.

사람들의 기분이 좋을 때 성과도 좋아진다. 따라서 팀원들에게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는 리더는 우선 팀원들이 좋은 감정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리더들이 생물학적 관점에서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더의 감정과 행동은 쉽게 전염된다

사회지능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다. 이 뉴런(신경세포)은 감정을 전염시키는 역할을 한다.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의 몸짓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만으로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울 뉴런은 이탈리아 신경과학자들이 원숭이의 뇌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원숭이의 뇌에는 원숭이가 스스로 팔을 들 때 활성화되는 특별한 세포가 있다. 그런데 하루는 원숭이 앞에서 실험 조교가 아이스크림을 든 손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는데, 원숭이의 뇌에서 동일한 세포가 반응을 했다. 원숭이가 직접 동작을 하지 않고, 다른 존재의 행동을 본 것만으로도 같은 반응을 한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읽고, 거울 뉴런을 통해 그 사람의 감정을 재생한다. 거울 뉴런이 순간적으로 경험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이 거울 뉴런은 특히 조직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직원들이 리더의 감정과 행동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피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관찰했다. 두 그룹 모두 자신들의 업무 성과에 대해 평가자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첫 번째 그룹은 업무 성과가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평가자는 미소나 끄덕임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 신호를 보였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업무 성과가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평가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 그룹의 반응은 어떻게 달랐을까?

놀랍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두 번째 그룹이 부정적 평가를 받은 첫 번째 그룹보다 자신의 성과에 대해 더 불만스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시지 자체보다 전달 방법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사람의 거울 뉴런 중에는 다른 사람의 미소와 웃음만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있다. 자제력이 높고 유머 감각이 없는 리더 밑에서 일하는 직원의 뇌에서는 미소와 웃음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 웃고, 분위기를 좋게 조성하는 리더는 직원의 미소와 웃음을 감지하는 신경세포를 작동하게 만들어 팀원들을 웃게 만들고 팀을 하나로 결집시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성과가 좋은 리더는 중간 정도의 리더보다 부하들을 평균 세 배 정도 더 자주 웃게 만들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임은 물론 빨리, 창조적으로 반응했다.


사회지능은 훈련으로 강화될 수 있다

문제는 사회지능을 하루 아침에 강화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무뚝뚝한 사람이 억지 웃음을 짓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아쉽게도 거울 신경 기능을 쉽게 강화하는 지름길은 없다.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소개된 여성 중역 제니스(가명)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훌륭한 업무 성과에 힘입어 <포천(Fortune)> 500대 기업에 속하는 기업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6개월 만에 조직에서 겉돌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그가 공격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고 평가했다. 상사들도 그가 퉁명스럽고 말을 함부로 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니스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상사는 인사 컨설팅회사에 제니스의 문제를 의뢰했다. 제니스는 동료들로부터 360도 다면 평가를 받았다. 그는 다른 사람과의 교감(交感), 서비스 정신, 적응성, 갈등 조정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제니스는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확신을 갖고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과 사납고 거친 태도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훈련했다. 회의에서 자신의 행동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부정적인 평가를 할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는 나아가 사회지능이 뛰어난 상사의 부서로 배치되어 2년간 함께 일하며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지, 상사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 제니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결국 퇴사 위기까지 몰렸던 그는 승진했다.

리더는 자신이 변화하려고 노력하면 변할 수 있다. 제니스는 훈련을 통한 사회적 행동을 통해 제 2의 본성을 얻었다. 제니스가 사회지능을 발휘하면서 조직이 한층 활발해졌다. 선순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실적이 곧바로 성공의 척도가 되는 세상에서 사회지능을 앞세우는 것과 같은 소프트한 접근이 너무 한가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들은 예전에 가벼운 것으로 취급됐던 일이 결코 더 이상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훌륭한 리더가 사회지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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