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마당/맛있는 독서 33

예술의 주름들 / 나희덕

책을 읽다 가슴 한 켠을 저미는 한 챕터를 접했다. "걷기, 찢긴 곳을 꿰매는 바느질" 행위 예술을 하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이야기. 아브라모비치와 그녀의 연인이자 동료인 울라이는 10여 년의 기간 동안 예술을 함께하는 동료이자 연인으로 지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이별을 하게 된다. 그들의 이별 또한 직업에 걸맞는 행위예술의 한 장면이었다. 붉은 외투를 입은 아브라모비치는 황해에서, 푸른 외투를 입은 울라이는 고비사막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만리장성의 양끝에서 3월에서 시작하여 서로를 향해 오던 그들의 여정은 각자 걷기 시작한지 90일 만인 1988년 6월 27일 산시성 선무현 근처 산길에서 마침내 만남이 이루어지고 짧은 만남을 끝으로 그들은 이별을 하게 된다. 10년 동안을 함께해온 시간을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