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세미나]
공자는 학생들과 종종 세미나를 했다. 그가 유랑생활을 할 때 논두렁에 쪼그리고 앉아서도 틈틈이 세미나를 했다. 그의 유랑길을 시종일관 지킨 것은 자로와 안회였다. 쫓겨다니면서 논두렁에서 밥을 지어 먹어야 하는 고달픈 인생! 공자는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
"야들아! 각자 인생 포부를 한 번 말해보기로 하자!"
그러니까 나서기 좋아하는 자로가 먼저 이렇게 말한다.
"난 말이유, 천리마가 달린 고급수레 하나 타고 다니는 것이 소원이유."
요즈음 말로 하면 최고급 벤츠 승용차 하나 굴리고 싶다는 소박한 포부를 말한 것이다.
그리고 또
"가벼운 고급 털옷을 유감없이 입어보았으면 좋갔수."
베르사체 모피외투라도 하나 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안연이 이번에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성적이 좋아도 자랑치 아니하고, 공을 세워도 그 공을 드러내지 않는 그런 조용한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역시 모범생다운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자로가 불쑥 이렇게 말한다.
"이제 형님 차례유. 형님이 한 번 말씀해 보슈."
(공자와 자로는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았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단짝 친구와도 같았다.)
이에 사양치 않고 공자는 이와 같이 대답한다. 이 마지막 한 마디야말로 유교의 전체적 성격을 규정지운 천하의 명언이 되었다.
"난 말이다 늙은이로부터는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친구로부터는 믿음직스럽게 여겨지며, 젊은이로부터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단다."
"노자안지(老者安之), 붕우신지(朋友信之), 소자회지(少者懷之)"
이 세 마디는 동양문명의 전체적 성격을 규정한 위대한 발언이다. 나는 공자가 그토록 소박하지만 더 이상 없는 지고의 이상을 말하고 있는, 그 거대한 인품에 반하고 말았다. 내가 논어에서 가장 사랑하는 로기온이 바로 이 세 마디이다. 공자는 세미나, 즉 토론수업을 통하여 자신의 철학을 설파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