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대학교 사랑의 엽서 공모전 대상작
- 엄마의 위암판정 소식을 듣고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는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전부를 준 당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나한테 인사치레 밥 한번 사준
친구들과 선배들이 고마웠습니다.
답례하고 싶어 불러냅니다.
날 위해 밥을 하고 밤늦게까지 기다리는 당신이
감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드라마 속 배우들 가정사에
그들을 대신해 진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일상에 지치고 힘든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 흘려본 적은 없습니다.
골방에 누워 아픈 당신 걱정은
제대로 해 본적이 없습니다.
친구와 애인에게는 사소한 잘못 하나에도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당신에게 한 잘못은 셀 수 없이 많아도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야 조금 알게 되서 죄송합니다.
아직도 전부 알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옮겨오다.
'마음속 풍경 > 짧은 글 긴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 (0) | 2013.05.25 |
---|---|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0) | 2013.05.25 |
김제동의 청춘 스케치 (0) | 2013.05.22 |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0) | 2013.05.07 |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 - 사벌등안(捨筏登岸) (0) | 2013.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