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는 꽃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 보낼 때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 한걸 미련 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아래 가장 사랑스러웠던 열매도
저를있게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 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게 아름다운것은 없다.
나무도 풀 한포기도 사람도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그것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 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
제 목숨 다 던져서 수 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들어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한 강물의 소리 알아 듣고
물밑 가장낮은 곳으로 말없이 되돌아가는
물고기를 보라
제가 뿌리 내렸던 대지의 목소리을 알아듣고
아낌없이 가진것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가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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