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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1]
홀로 있으며 한가한 곳에 사니, 오가는 이 드물고
오직 달을 부르니, 가난하고 외로운 나를 비추네
그대 생각으로, 나의 생애 묻지 말라
넓은 바다 안개 낀 물결, 첩첩한 산들이 가득하니라
[해석 2]
나 외로이 홀로 살면서 모든 왕래를 끊고
밝은 달만 바라보며 외로움과 가난을 달래네.
부탁하노니, 사람들아 인생사를 묻지 마소서
안개 속 첩첩 산중에서 묻혀 사는 것이라네.
[해석 3]
내 홀로 한가한 곳에 사니, 오가는 이 드물고
오직 밝은 달을 불러보니 가난하고 외로운 나를 비추네
그대 밝은 달이여, 나의 살아오며 겪은 일 묻지 마오,
넓은 바다 안개 낀 물결, 첩첩한 산들이 가득하니라
[1구] 處獨居閒絶往還
<독처(處獨)>는 사람을 피하여 혼자 있음을 뜻한다.
<거한(居閒)>는 일을 피하여 한가히 살아감을 뜻한다.
<절왕환(絶往還)>은 오고감이 없음을 뜻한다.
작가는 사람을 피하여 혼자 있다고 한다.
왜, 작가가 사람을 피하는가 자세히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사람들은 불필요하거나 부질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
또 다른 경우는
사람으로부터 심각한 충격이나 피해를 당한 경우다.
작가의 경우는 어떠한 경우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또, 작가는 한가한 일에 처한다고 한다.
세상 일이란, 대부분 이익을 목적으로 경쟁을 한다.
그래서 한가하게 살기란 쉽지가 않다.
경쟁은 상호간 견제와 비방도 따른다.
견제와 비방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무리함에서 오는 신체적 정신적 질병도 발생한다.
그래도 사람은 하던 일을 그만 두지 못한다.
삶이 우리를 쫓고 있다.
평범한 인간은 병이 난 뒤에야 어쩔 수 없어 중단한다.
그렇지 아니한 경우, 한가함의 선택은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결단과 용기는 신념에 의한 가치관에 의존한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제는 남는다.
그것은 인간적 고독과 빈궁한 생활의 문제다.
성가신 사람을 피하고, 번거롭고 무리한 일을 피하면
혼자 있는 외로움과 가난함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것 또한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평범한 인간에게 그것은 죽음보다 견디기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고독과 가난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높은 가치를 목표로 한 특별한 철학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이 없을 경우, 쉽게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자는 현재 이것을 선택한 처지이다.
여기서는
작자가 관계를 떠나,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 산다는 사실과
한적한 곳에 사는 관계로 자신이 잊혀져
이제는 찾아오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외로운 처지임을 드러내고 있다.
[2구] 只呼明月照孤寒
<고한(孤寒)>은 외롭고 빈한하다.
<지호명월(只呼明月)>은 다만 달을 부른다.
외롭고 가난한 처지의 작가가 찾는 대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연이다.
푸른 산과 맑은 하늘, 밝은 해와 달,
짐승과 온갖 새들 그리고 초목들이다.
외로움이 짙어지는 밤이면, 푸른 산에 떠오르는 밝은 달
언제나 저녁이면, 대하는 익숙한 달이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변함없이 작자를 찾는다.
달은 날씨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이는 나를 찾아오는 친구처럼 살아있는 존재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달은 더 밝기도 하고 덜 밝기도 한다.
이는 사람의 나를 대하는 태도나 표정의 변화 같기도 하다.
대체로 달이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경우는 내가 먼저 달을 찾는 경우도 있다.
너무 외로운 날
내가 달을 부르니, 달은 곧 다가와 외롭고 가난한 나를 비춘다.
나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 나를 위로나 하려는 듯이 말이다.
왜 그렇게 외로워보이고, 가난해 보이는지 물어보기라도 하려는 듯이
달은 더 가까이 다가와 빛을 밝게 비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작가가 인간사회를 떠나사는 철저한 외로움이 드러난다.
오직 산과 달만이 친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1구가 외면적 자연적 외로움의 묘사라면
여기서는 심리적 정신적 외로움이 표현되고 있다.
[3구] 憑君莫問生涯事
<빙군(憑君)>은 그대생각에 근거하여, 즉 그대 마음대로라는 뜻이다.
여기서 <군(君)>은 <달>을 의인화한 것이다.
<막문(莫問)>은 묻지 말아라.
<생애사(生涯事)>는 평생의 겪은 일
순진하기 까지한 그대의 단순한 호기심 어린 생각으로,
나에게 <왜냐고>를 묻지 말라.
왜 그렇게 외롭게 보이는지, 어째서 그렇게 궁색해 보이는가를 말이다.
여기서는, 자신의 처지가 외롭고 궁색해 보이는 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고, 갑자기 말함으로써
서정적 자아가 제시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함으로써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다.
그 이유가 다음 구절에 제시될 것임이 암시되고 있다.
[4구] 萬頃煙波數疊山
<만경(萬頃)>은 <만 이랑>이다. 이는 <넓은 것>을 의미한다.
<연파(煙波)>는 <안개 낀 물결>이다. 이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것>을 뜻한다.
<첩산(疊山)>은 <봉우리가 중첩된 산>이다. 이는 <위험하고 험한 것>을 뜻한다.
<수(數)>는 <몇>이다.
인생살이란 한없이 넓고 거친 바다
그 바다의 안개 낀 물결을 걷는 것과 같고,
봉우리가 중첩된 깊고도 험한 여러 산길을 지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렵고 위험하고 거친 곳이라는 뜻인 것이다.
도처에 위험이 깔려있고
또 그러한 위험이 언제 본인에게 닥쳐올는지도 모르는 곳이라는 것이다.
온갖 위험한 것이 가득한 예측 불허의 거친 들판, 황야의 텍사스라는 것이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된다.
불타는 욕심과 질긴 질투심에 몸이 쫓기고
끝없는 경쟁에 심신이 지치고, 마음에 병이 생기는 아비규환의 생지옥이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과 가난함이라는 댓가를 지불하고
이 산속에 스스로 안기어
한적한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택한 것이라는 서정적 자아의 심경을 보이고 있다.
이 시는 학문으로 다진, 처사로서의 확고한 인생철학이 드러나고 있다.
눈앞의 저급한 부귀영화보다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내면의 추구가 더 나은 삶이며
자신은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선택하여 살고 있다>고, 이 시를 지어서 보여주고 있다.
이시는 우리로 하여금 각자의 인생 마당에
은은한 대나무밭을 만들 것인가
향기로운 꽃밭을 만들 것인가
진수성찬의 연회장을 만들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한다.
[김굉필(金宏弼)] 1454(단종 2)∼1504(연산군 10)
조선 전기(朝鮮前期)의 문신. 성리학자(文臣. 性理學者)로서 자는 대유(大猶),
호는 한훤당(寒暄堂), 사옹(蓑翁). 관향은 서흥(瑞興).
단종(端宗)2년 한경 정릉 사제(漢京 貞陵洞 私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충좌위사용(忠佐衛司勇) 유(紐)이며
어머니는 중추부사(中樞副使) 승순(承舜)의 딸로서 청주한씨(淸州韓氏)이다.
소시에는 호방(豪放) 불기(不羈)하였으나 성장하면서 발분(發奮) 역학(力學)하였다.
점필재(점畢齋) 김종직문(金宗直門)에서 수업(受業)하면서 소학(小學)에 심취하여
자칭 소학동자(小學童子)라 하고 지난날의 허물을 깨달았다고 한다.
평생토록 소학(小學)을 독신(篤信)하여
삼십을 넘어서 경학(經學)을 섭렵(涉獵)하고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였다.
성종 25년에 행의(行義)로써 천거(薦擧)되어 남부참봉(南部參奉)에 임명되었고,
연산군(燕山君) 2년에 사헌부 감찰(司憲府監察) 다음해 형조좌랑(刑曺佐郞),
동 4년(1498)에 무오사화(戊午士禍)가 일어남에
전사관(前史官) 탁영(濯瓔) 김일손(金馹孫), 소유(小游) 권오복(權五福) 등은 사사(賜死)되고
이미 파계(他界)한 점필재는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하였다.
한훤당(寒暄堂)도 점필재(점畢齋)의 문인으로 붕당(朋黨)을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평안도 희천(熙川)에 원방부처(遠方付處)로 유찬(流竄)되었다.
한훤당은 희천에 이르러서도 평시와 다름없이 학문연구와 후진강학(後進講學)에 전염(專念)하였다.
때마침 정암(靜庵)이 부친의 임소(任所)를 따라 어천(魚川)에 오게 되어
한훤당(寒暄堂)에게 수학하게 되니
우리나라 유학(儒學)의 정맥인 한훤당(寒暄堂)의 학문이 정암(靜庵)에게 전해졌다.
2년 뒤 순천(順天)으로 이배(移配)되고,
연산군 10년 갑자사화(甲子士禍)때에 유적사사(留謫賜死)되었다.
그후 신원(伸寃)되어 중종 12년(1517) 우의정(右議政)으로 추증되고,
선조 10년에 문경(文敬)이라 시호(諡號)하였으며,
광해군 2년에 일두(一두)·정암(靜庵)·회재(晦齋)·퇴계 (退溪)와 함께
문묘(文廟)에 종향(從享)되었다.
저서로서는 경현록. 한훤당집. 가범(家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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