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토템
작가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쓰여진 자전적 소설!
강자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 약자를 기만하지 않으며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
순간의 굶주림과 탐욕을 절제하고 절호의 기회를 붙잡아 뜻을 관철시킨다.
가장 강한 상대를 선택하며 마지막 숨이 남을 때까지 무리를 지켜내고 대열을 정비하며 조직을 이끈다.
책을 처음 접했던 순간 압도적인 분량에 놀랐다.
대하 역사 소설에 비하면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500쪽이 넘는 각 권의 두께가 쉽게 첫 장을 떠들어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기 시작한 순간부터 휘몰아치는 문장의 소용돌이와 이야기의 전개는
작가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몽골 지방의 늑대, 초원에서 늑대들과 함께 살아가는 유목민의 생활 모습, 그리고 유목민들의 늑대 숭배사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21살의 지식청년 천전은 내몽골의 올론 초원의 인민공사 목축대대에 자원하여 그곳에서 10여년 동안 머물면서
자신을 매료시킨 늑대의 생태와 정신을 알아간다.
초원에서 자라온 빌게 노인의 가르침을 받음으로써 유목민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더불어 늑대의 생활 방식을 알아갔으며
유목민과 농경민 사이의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을 경험한다.
늑대는 초원의 혼을 주도했고,
그것이 강인한 생명력과 전투력을 가능케 한 유목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초원에서 목초지를 보호하고 유지시켜 나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생태계의 평형이 유지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쥐, 산토끼, 마르모트, 가젤 등이 초원의 풀을 망치는 주 원인들이다.
늑대는 이들을 잡아 먹음으로써 초원을 해치는 동물들의 개체수를 조절함으로써
유목민들의 목축업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들과의 이해 관계를 함께 해나간다.
이 책은 늑대와 인간이 공존해야 함을 제시함으로써 늑대 토템의 당위성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늑대를 늑대 동굴에서 데리고 와서 직접 키워 가면서
자신이 생각한 늑대개를 키워보고자 했던 작은 소망을 실천하기 위해 늑대 새끼에게 열정을 쏟아 붓는다.
야생에서 생활했어야 할 늑대가 인간의 품 속에서 자람으로 인해
결국 목숨을 잃게 되고 천전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었음을 후회한다.
늑대의 가젤 몰이, 말 몰이 모습을 문장으로 어찌 그리 리얼하게 묘사를 해 두었는지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천전이 초원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도시로 돌아가 20여 년을 보냈다.
다시 돌아와서 보게 된 올론 초원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예전의 푸르렀던 초원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황량함과
삶의 편리함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농경민들의 모습에 쓸쓸해 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책은
단순한 늑대의 생태에 대한 관찰기가 아닌
어쩌면 유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늑대와의 공생을
그들의 주변 자연환경들과 어울려 웅장하게 펼쳐 내었던 위대한 서사시의 한 편이었다.
한 번쯤 일독을 권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