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풍경/짧은 글 긴 여운
참치와 가자미
꿈이 필요한 세상
2012. 9. 10. 20:02
참치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헤엄을 친다.
헤엄을 쳐서 물을 빨아 들여야만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헤엄을 친다는 것은 곧 숨쉰다는 것이며, 숨쉰다는 것은 곧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헤엄을 멈추면 그 순간 참치는 질식해서 죽는다.
잠을 잘 때에도 뇌만이 쉴 뿐 온몸은 움직인다.
그래서 참치에게는 넓은 바다. 그리고 멀고 먼 세계의 바다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자미는 정반대다.
가만히 바다 밑 모래에 숨어 있거나 파도치는 대로 밀려다닌다.
헤엄을 친다기보다 떠다닌다는 말이 적합하다.
눈앞에 먹이가 나타나야만 비로소 몸을 움직인다.
그 중에서도 맘보라는 놈이 가장 게으른 것으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넓은 바다에 살아도 가자미의 바다는 웅덩이와 다를 것이 없다.
<7막 7장 중 이어령 교수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