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필요한 세상 2012. 9. 4. 13:45

 


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태산불양토양 고능성기대)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하해불택세류 고능취기심)

王者不却衆庶 故能明其德 (왕자불각중서 고능명기덕)

태산은 작은 흙도 사양하지 않았기에 능히 그 크기를 이룰수 있고

 

강과 바다는 작은 샛강물도 마다하지 않아 그 깊이를 이루었다.

 

훌륭한 임금은 서민을 멀리하지 않아야 그 덕을 밝힐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 중 이사열전에 실려 있는 ‘간축객서’의 한 부분이다.

 

진시황을 도와 중국을 통일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이사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다.

그는 순경으로부터 제왕의 통치술을 배우고 나서 서쪽 진나라로 갔다.

거기서 재상 여불휘의 눈에 띄어 점차 승진을 하다가

진나라 왕에게 유세하여 마침내 객경의 자리에 올라가게 된다.

외국인으로서 장관급에 해당하는 자리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 출신으로서 치수 사업을 맡고 있던 정국이란 자가

논밭에 물을 댄다는 이유로 운하를 만드는 일을 대대적으로 벌였는데,

이 사람이 한나라의 간첩으로서 진나라의 국력을 피폐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자,

왕족과 대신들이 한결같이 외국에서 온 관리들을 추방하자고 외친다.

이에 진왕은 진에 재직하고 있는 모든 외국 국적의 관리들을 추방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초나라 출신이어서 당연히 축출의 대상이 된 이사는 진왕에게 글을 올린다.

 이 글이 천하의 명문으로 지금껏 기억되고 있는 이른바 ‘간축객서’이다.

 

이사는 먼저 목공 이하 4대에 걸친 진왕들이 임용했던 외국인 관리들이 모두

진의 발전에 막대한 공헌을 했으며

만일 이 현명한 신하들을 쓰지 않았다면

진이 강대한 명성과 내실있는 부를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지금 왕 당신의 주변에 있는 보물이나 준마, 미인, 음악 등은 모두 동방의 제후국들이 바친 것이고,

그것들이 자국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고 해서 거절한 경우가 없는데

왜 중요한 인재 등용의 문제에서는 경솔한 태도로 외국 국적의 관료를 배척하려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음으로 그 높이를 이룰 수 있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음으로 그 깊이를 이룰 수 있었다.

왕은 어떠한 백성이라도 물리치지 않음으로 해서 그 덕망을 천하에 드러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로써 국토는 사방으로 끝이 없고, 백성에게는 본국, 이국이 따로 없으며, 사시사철 아름다움이 충만하고, 귀신이 복을 내립니다. 이것이 바로 오제와 삼왕께 적이 없었던 이유입니다.

지금에 이르러 진나라는 백성을 버려서 적국을 이롭게 하고, 빈객을 물리쳐서 제후에게 공을 세우게 하며, 천하의 인재로 하여금 물러나 서쪽 진나라로 향하지 못하게 하고, 발을 묶어 진나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합니다. 이것은 이른바 ‘적에게 병사를 빌려 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보내 주는 격’입니다.

진나라에서 생산되지 않은 물건들 중에 보배로운 것이 많으며,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인재들 중에 충성하려는 자가 많습니다.

지금 빈객들을 축출하여 적국을 이롭게 하고,

백성을 줄여서 적국에게 보태 주어 나라 안은 텅 비고 나라 밖으로는 제후들에게 원한을 사게 되면,

나라를 구하고 위기를 일소하려 해도 어찌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 글을 읽은 진나라 왕은 빈객에 대한 축출 명령을 취소하고 이사를 머무르도록 함으로써

결국 그를 통해 20여 년 후에 대 야망이던 천하통일을 달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