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술
‘독서의 기술’은 『How to read a book』이라는 원명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듯이 글을 읽는 것이 아니고 책을 읽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독서 기술과 적극성에 대해 설명하고 독서의 수준 3가지 가운데 제1수준과 제2수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제1수준의 독서란 초급독서이며 읽기․쓰기를 전혀 못하는 어린이가 초보의 읽기, 쓰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장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가 초점이 된다. 제2수준은 '점검독서'로 주어진 시간 안에 될 수 있는 대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는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책은 무엇에 대하여 쓴 것인가'하는 것이 문제가 되며 구체적으로 '이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어떠한 부분으로 나뉠 수 있는가'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일이다.
제2부에서는 독서의 제3수준인 분석독서에 대해 설명한다. 분석독서는 시간의 제약이 없는 경우의 가장 뛰어난 완벽한 독서법이며 아주 적극적인 독서 방법이다. 분석독서의 제1규칙은 우선 읽고 있는 책이 어떤 종류의 책인지 분류하는 것이다. 소설인지, 전공서적인지, 교양서인지, 수필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점검독서가 필요하다. 도서명, 서브타이틀, 목차를 읽고 저자의 서문이나 일러두기, 색인을 보거나 출판자가 쓴 소개문을 읽는다. 이것은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신호다.
다음으로 그 책 전체의 내용을 2, 3행이나 가능한 몇 행의 글로 종합해본다. 이것이 제2규칙이다. 다음으로 그 책의 주된 부분을 말하고 그러한 부분이 어떻게 질서 있게 통일성을 지니고 배열되어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제3규칙이다. 저자는 말한다. 책은 한 채의 집과 같은 것이다! 좋은 책은 좋은 집과 마찬가지로 부분이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다. 독서방법은 그 배열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며, 좋은 책일수록 그 배열이 질서 있고 조화롭게 잘 되어 읽기 쉽다.
제3부는 문학을 읽는 법을 소개한다. 소설, 희곡, 시를 읽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전공서적을 읽는 방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이 부분은 나중에 읽어도 전체 독서법을 아는데는 부족하지 않다.
제4부에서는 독서의 최종 목표에 대해 설명한다. 독서의 제4수준인 신토피칼 독서를 말하고 있는데 동일 주제에 대해 두 권 이상의 책을 읽을 때 적용하는 방법이다. 모든 책을 분석적으로 읽을 수 없으니까 신토피칼 독서에서는 주제에 관련이 있는 작품을 모두 재점검하여 독자의 자신의 요구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곳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구주제를 위해 읽는 것이지 책을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독자는 한 권의 책을 샅샅이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책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는 가려내는데 더 관심이 있을 때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그 구성을 살펴보니 마치 한 권의 교과서 같다. 실제로 이 책은 독서에 관한 한 텍스트(text)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다. 그러나 대체로 지루하지는 않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론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마치 내가 질문이라도 한 듯 즉시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풍부한 예시와 비유가 사용되었고 각각의 항목별로 서두와 결론이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다 읽은 책을 하나씩 책장에 꽂아둘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은 책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면 경험해봤을 것이다. 책은 나 자신의 재산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더구나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거나 자신의 삶에 구체적인 도움이 된 책이라면 그것을 소장하는 기쁨은 더욱더 크기 마련이다. 훌륭한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책이든 논문이든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지만 주의할 점은 무차별로 읽어서는 안 된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만을 읽는다면 독자로서는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자기의 힘 이상의 난해한 책과 맞붙지 않으면 안 되며 이러한 책이야말로 독자의 마음을 넓게 풍부하게 하여주는 것이다. 마음이 풍부해지지 않으면 배웠다고 할 수가 없다. 때문에 단순히 잘 읽는 능력뿐만 아니라 독서 능력을 향상시켜 줄 만한 책을 분간하는 안목으로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정보시대에 인터넷에 점점 익숙해지고 인쇄물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책을 떠나서는 결코 살 수 없다. 오히려 전자책이 발간됨으로써 더욱 많은 책이 출판되고 그러므로 인쇄물이 아닌 화면상에서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효율적으로 책 읽는 법은 비단 연구하는 학자나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다른 책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독서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구성과 내용의 우수성도 대단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건강한 자극과 깨달음을 주기 때문에 독서활동에 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