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교육학
현대인들의 여가 생활의 한 방법으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 중의 하나가 바로 영화이다. 영화와 교육은 얼핏 보면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 영역이 하나로 묶여 저술된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즈음의 영화산업은 하나의 예술장르라기보다는 '상품으로서의 문화'로 치부되어 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교육이론의 틀을 통해서 영화의 내용과 의미를 새롭게 체계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영화 속에 전개되는 교육 현상을 통해 교육과 교육학의 핵심적 주제들에 대해 접근한 책이다. 교육은 인간 삶의 현상이기 때문에 인간과 삶이 직접적 혹은 상징적으로 표현된 어떠한 영화라도 교육학적 관심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학교 교육의 가장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학생, 교사, 학교의 문제가 명료하게 드러나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교육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서술하였다. 영화 이론이 아니라 교육 이론의 틀을 통해 영화의 내용과 의미를 새롭게 체계화하려고 시도한다. 인간의 교육문제를 보여주는 사건을 영화 속에서 찾는 것이다. 그러나 분석대상이 된 영화들이 거의 대부분 ‘교육영화’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의 영화 비평이자 동시에 교육 비평이다. 독자에게 교육학적 인식과 감흥을 선사하기 위해 영화 속의 교육적 상황을 재구성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대중문화로서의 영화는 현대인의 여가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발달은 물론 감성과 의식의 형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영상문화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영상이 지닌 구상성과 직관성을 매개로 하여 문화를 접하는 사람이 때로는 감정이입을 통해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게 된다는 점이다. 비록 간접체험이기는 하지만 체험을 통한 깊은 공감과 이해가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교육학과 관련이 깊은 영화 수편을 선택하여 그 영화 속에 녹녹히 녹아들어 있는 교육학적 의미를 해석해보고 더 나아가서 영화가 던져 준 화두를 교육학적 논의로 방대하게 풀어내놓고 있다. 실제로 생활에서 교육은 우리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 있지만, 학문으로서의 교육은 왠지 재미없고 공허한 이론처럼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교사와 학생, 학교의 현실, 획일화된 사회와 인간의 개성 및 인격 교육 측면에서 접근한 총 6편의 영화를 교육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홀랜드 오퍼스>
홀랜드 오퍼스는 한 음악교사의 30여 년에 걸친 교육 인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거대한 서사시 같은 영화로 교사와 학생사이의 관계형성과 대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다 보니 지식전수기능이 유난히 강조되는 교육현실에서는 교과지식을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기술에 대한 논의가 교육학 논의의 핵심주의가 되고 있다. 더구나 겉으로는 ‘인격교육’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교과내용 전달의 효율성을 통한 창의적 인재양성과 국가경쟁력 향상을 주장하는 교육정책의 이율배반적 태도가 느껴진다.
<죽은 시인의 사회>
교육은 배우는 사람에게서 출발해야 하는 ‘자기학습’ 및 ‘관계형성’의 과정이다. 학습은 교사나 학생이 행위의 주체라기보다는 상호작용하고 반응하는 요인들로 파악된다. 교육은 기능적인 학습과정이 아니라 서로 인정하고 대화하는 관계적 행위로 이해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내재된 자발성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따라서 교사는 자신의 교육적 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바람직한 피교육자의 태도를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습득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의 생동적인 힘이 교육적 상호관계를 통해 창조적으로 고양 될 수 있다. 학생들이 교사에 대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은 교사와 학생 상호간의 관계형성과 교육의 성과를 위해 필수적이다.
<여고괴담 ․ 짱>
여고괴담과 짱에서 보여주는 학교는 끔직할 정도로 잔혹하고 학생들의 인권이 무시되는 비인간적인 공간이다. 교육학적으로 학교를 고찰한다는 것은 학교를 기능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본질적인 모습과 의미와 과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학교는 지금까지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양성 기능에는 충실했지만 학생 개개인의 자아실현 등 교육 본질적 과제의 실현에는 소홀하였다. 이제 학교는 그의 본래의 존재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기 혁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학생의 삶을 인도하고 그들의 개성적 성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본질적 과제와 책임을 재확인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힘써야 한다.
<벽>
벽이라는 영화에서 제시되는 획일화와 인간소외 문제들은 한국의 교육현실에 비추어 볼 때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고도 강렬하다. 학교에서는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라는 미명하에 누구에게나 똑같은 획일적 교육이 강요된다. 사회 모든 구조는 획일화된 사람들을 키우는 모양으로 되어있다. 자기 자신의 의향에 관계없이 부모나 사회가 원하는 로봇으로 제조되는 것이다. 인간의 교육을 통해서 인격적으로 사람을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 의뢰되고 사회가 부모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조하는 과정으로 교육이 모순화되고 엇나가고 있다.
<굿 윌 헌팅>
윌 헌팅은 고아 청년으로 책을 속독으로 한번 읽기만 하면 내용뿐만 아니라 책의 페이지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어려운 수학문제도 잘 풀어내는 천재였다. 그러나 그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고 현실적 교육을 받지 못해 천재성을 발휘 못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삶을 보낸다. 환경이 불우했기 때문에 학교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듯 가정환경과 부모의 역할이 지대하며, 자신의 명예를 위해 제자를 삼은 램보교수 보다는 따스함으로, 인내로 차디찬 윌의 가슴의 녹여준 숀처럼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영재가 사라지지 않게 국가의 지속적인 지원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영화라는 하나의 장르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돌아보면서 지금 우리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지식과 능력위주의 교육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겠지만 부정적인 측면은 교사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고, 받은 감동은 지속적인 교육에의 접목이 필요하겠다. 지금 현실은 그다지 밝지 않지만 좀 더 현실적이고 다분화된 교육관을 가지고 학생들 개개인에게 마음으로 다가선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